운전을 하다 보면 앞 차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마주하게 될 때가 있다. 주로 초보운전이나 아기의 탑승 등을 알리는 이런 스티커들을 그냥 멋으로 부착한 것은 아닐 테고, 붙인 사람에게는 무엇인가 스티커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기대하는 설득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 아기가 타고 있어요초보운전, 저도 제가 제일 무서워요이 두 종류의 스티커의 메시지는 사뭇 다른 설득의 결과를 가져온다고 여겨진다.


우선 우리 아기가 타고 있어요라는 메시지는 운전자로 하여금 그래서 어쩌라고?! 라는 반응을 유발한다. 마치 중국음식점 배달 오토바이의 철가방에 우리 짜장면이 타고 있어요라는 메시지와 별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일반 운전자의 입장에서 그 차량의 아기를 위해 안전 운전을 요구받는 것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런 의미에서 차량에 아기가 탑승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지하면서 아기를 배려한 조심운전을 요구받는 것에 흔쾌히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탑승한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방법은 타 운전자의 배려 운전을 요구하기 보다는 유아용 카시트에 아기를 잘 앉히고 스스로 안전운전을 준수하면 되는 일이다. 스티커의 숭고한 요청과는 다르게 오히려 유아용 카시트를 갖추지 않았거나 이런 스티커를 붙이고 난폭하게 운전하는 차량을 보게 되면 더욱 눈살을 찌푸리게 되는 역효과도 낳는다.


반면 초보운전, 저도 제가 제일 무서워요스티커는 자동차보험 광고에 등장했던 카피이기도 한데, 초보운전자이기 때문에 마치 정글과 같은 도로 환경에서 쌩쌩 달리는 다른 차들이 무섭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본인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가 두렵다고 인정하며 타 운전자의 양해를 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보통 초보운전자는 서투른 운전솜씨 때문에 타 운전자에게 짜증의 대상인 동시에, 어떤 사고를 칠지 모르는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을 인식하여 애교 섞인 투로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정하는 것이 출발점이 되는 이 메시지는 타 운전자로 하여금 초보의 서투른 운전에 경적을 울려대는 조급함보다는 너그러이 봐주고 싶은 마음을 허락한다.


설득의 관점에서 볼 때 이와 같이 스티커 메시지의 커뮤니케이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인사이드아웃(inside-out) 시각과 아웃사이드인(outside-in) 시각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인사이드아웃 관점은 자신의 입장(아기의 탑승)을 먼저 고려하여 외부와의 커뮤니케이션(조심운전 해주세요)을 지향하는 접근이라면, 아웃사이드인 관점은 타인의 입장(초보운전자로 인한 불편이나 위험의 감수)을 먼저 고려한 후 그것을 기본으로 한 메시지(저도 제가 제일 무서우니 운전 조심할께요)를 조형하는 접근이다. 인사이드아웃 시각에서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 자기 자신이고 커뮤니케이션은 그저 자신의 입장을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에게 확실히 주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아웃사이드인 시각은 자신을 둘러싼 주변 환경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바탕으로 무엇을 어떻게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접근방식이라 하겠다. 한 예로 미국의 렌트카 회사인 Avis는 시장에서 업계 1위인 Hertz에 뒤지는 상황이었는데, Avis는 광고에서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노력 합니다라는 솔직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광고에서 공개적으로 자신의 회사가 1등이 아님을 인정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또한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메시지였지만, 소비자는 이러한 진솔한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Avis는 향후 성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커뮤니케이션의 본질을 생각한다면 그 용어의 어원처럼 공유와 공감이 핵심적인 요소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자기 것에 집착하기 보다는 역지사지의 관점을 갖고, 나 자신의 일방적인 시각(인사이드아웃)이 아닌 관계적인 시각(아웃사이드인)에서 커뮤니케이션을 바라보아야만 기대하는 설득의 효과도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Posted by 파자마샘
사진2014. 7. 1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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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14. 2. 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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